발 데렝은 시옹 근처 론 계곡에서 남쪽으로 40km가량 떨어진 덴 블랑쉬까지 뻗어 있다. 이 산의 높이는 4,358m로 론 계곡의 상징이다.

뿔을 서로 맞대고 종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하게 울린다. 600kg에 달하는 근육질의 에랑 소 두 마리가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자연의 일부죠. 그들 사이에서만 싸웁니다.” Morgane Seppey가 웃으며 말한다. 여름을 이곳 알프 만데론에서 보내는 100여 마리 소 중 네 마리가 그녀 소유다. 바그다드, 파샤, 핑크, 살사가 바로 그들. 에랑 소 혹은 프랑스어로 “les Vaches d' Hérens”이라 불리는 이들은 계곡 지대의 자랑이다. 그래서 이 계곡 이름이 발 데랑이라고 지어진 것이다. 이들이 싸울 때면 머리를 맞대고 뿔을 서로에게 고정한다. 어느 한쪽이 더 약하다고 느끼면, 싸움을 포기한다. “이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Morgane의 설명이다.

에랑은 발레와 아오스타 계곡에서 주로 자라며,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키워온 가축이다. 스위스에는 약 6,000마리의 에랑 소가 남아 있다. “이 계곡의 거의 모든 가족이 에랑 젖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나 개 같은 반려동물이죠. Morgane이 자랑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한다. 그녀는 원래 도안을 그리는 일을 했었다. 발레 지역에 사는 여타 사람들처럼 에랑 소를 돌보는 것이 취미였다. 그녀는 “에랑 소는 우리의 열정이자 전통입니다.”라고 말한다. 약간 무서워 보이는 이 강인한 동물도 온화한 면을 갖고 있다. 주인과 애착 관계를 갖고 돌봄의 대상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소를 돌보기 때문에, 이들과 더욱 친밀한 관계로 발전됩니다.” 그녀가 덧붙여 말한다.

에랑 소는 우유를 많이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호전적인 기질로 유명하다. Morgane은 “알파인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이미 서열이 정해졌기에 많이 싸우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무리가 알파인 방목 초원으로 올라가는 초여름은 많이 싸우는 때다. “소들이 전투 모드로 들어가는 때죠.” Morgane이 말한다. 소들이 처음으로 다른 가족이 소유한 소와 맞닥뜨리는 때다. 소는 산 위에 무리를 지어 사회적 지위를 확립하고 누가 무리의 여왕이 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싸운다. 여름철에 젖소들이 함께 살려면 사회질서가 필요하다. 여왕은 몇 가지 특권을 누리게 된다. 무리를 이끌고 여름 방목이 끝날 무렵 여왕이 될 것이며 산에서 내려오는 계절에 여왕의 복장으로 치장한다.

에랑 품종의 거침없는 기질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1920년대에 “Combats des Reines”라는 소싸움 대회를 기획했다. 이 전통 소싸움은 친근한 분위기와 아낌없이 제공하는 라클렛 덕분이 지역 사람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멋진 경험이다. 연령과 체중에 따라 분류된 소는 링에서 상대를 찾는다. 도망치거나 싸움에서 진 소는 링에서 사라진다. "Rabatteure"는 싸움 도중 동물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각 부문의 우승자는 여왕으로 선정되며 5월에 "여왕 중의 여왕" 타이틀을 걸고 싸우게 된다. Aproz의 Hérens National Cow Fighting Championship은 거의 10,000명의 방문객이 찾아드는 진정한 스위스 전통 행사로 자리 잡았다.

에랑 소가 홈그라운드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놀라운 소싸움을 보기 위해 떠나보자. 알프 마데롱 같은 곳으로. 포스트버스를 타고 시옹에서 에보렌느 마을로 간다. 이 길에서 독특한 유재뉴의 지구 피라미드를 보게 될 것이다. 발 데랑의 관문이다. 고원 계곡의 분지가 그들 뒤로 펼쳐지며 덴 블랑쉬로 대표되는 웅장한 산봉우리가 이곳을 둘러싸고 있다. 에보렌느에 도착하면 이곳의 좁은 도로를 배회하며 역사적인 목조 주택과 헛간을 가로지르자.

체어리프트에서 알프 쉐뫼이유까지는 차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여기서 4시간짜리 하이킹을 시작한다. 산으로 이어지는 쭉 뻗은 길을 1시간가량 걸으면 작은 호수가 나온다. 여기에 잠시 들러 환상적인 경치를 즐기자. 파노라마는 덴 블랑쉬에서 그 유명한 마테호른까지 이어진다. 표시가 잘 되어 있는 길이 알프 만데론까지 나 있다. 운이 좋다면 에랑 소가 풀 뜯는 광경을 레스토랑 테라스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풍경과 함께 홈메이드 전통 요리를 즐기게 된다. 계곡 지대로 되돌아가면 프라페롯 버스 정류장까지 지그재그로 내려와 여기서 발 데랑 마을로 혹은 론 계곡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